놀이터에서 한 여자아이를 봤어. 딱 봤을 때 뭔가 달랐어. 내 아이 팔목 두 개를 합쳐도 그 아이 발목이랑 비슷하더라고. 그리고 걷는 게… 목각인형이 걷는 것 같았어. 관절 하나하나가 따로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근데 그네는 열심히 타고 있었어.
그네 옆 벤치에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이는 두 분이 앉아 계셨어. 손녀딸 돌봐주러 나오신 거지. 그 아이가 내 아이한테 말을 걸더라고. 유독 붙임성이 좋았어.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한테 거식증이 생겼대. 유치원에서 여러 번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었다고.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했어. 나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아이가 아픈 거잖아. 어르신들도 최선을 다하셨던 거고, 부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고.
그 아이 표정이 계속 생각나. 삐걱삐걱 목각인형처럼 뛰면서도 웃고 있었어. 진짜 행복해 보였거든. 체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한참 뛰다가 금방 멈추기는 했지만, 노는 표정만큼은 진짜였어.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격이 좋다는 말, 괜히 하는 말이 아니더라고. 그 아이도 그랬어. 정신적으로는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게 느껴졌어. 그래서 더 아쉬운 거야. 몸이 더 튼튼했다면 그 밝음을 더 오래, 더 신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 아이 밥 안 먹는다고 뒤에서 몰래 간식 줄이기 시작했어.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아이 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