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하고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유독 붙임성 좋은 친구들이 있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같은 장난감이나 같은 씽씽이가 보이면 "어, 이거 나도 있는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더라고.

근데 사실 어른이 돼도 모르는 사람이 먼저 말 걸면 살짝 거부감 들잖아. 우리 아이도 처음엔 좀 그랬어. 근데 신기한 게, 그 친구가 너무 적극적으로 훅 들어오면 한 걸음 물러서게 되고, 천천히 다가오면 또 금방 친해지더라.

그렇게 몇 년을 지켜보다 보니까, 붙임성 좋은 친구들한테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봐주는 친구들이 많았어. 조부모님은 힘드시잖아. 같이 뛰고 매달리고 그렇게 놀아줄 수가 없으니까 벤치에 앉아서 손주만 가만히 바라보고 계셔. 그러니 아이는 같이 놀 사람이 없는 거야. 그래서 놀이터에 누구든 있으면 반가운 거고, 먼저 다가가서 같이 놀자고 말을 거는 거지.

그래서 더 놀라운 게 뭐냐면, 그렇게 신나게 한참 놀고 나서 "아까 그 친구 이름이 뭐야?" 하고 물으면 "몰라" 그래. "몇 살이래?" 해도 "몰라." 그냥 노는 거야. 아무 목적도 없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 동안 같이 재밌게 놀았을 뿐인 거지.

어른이 되면 참 따지는 게 많잖아. 길 가다 누가 말 걸면 "나한테 뭐 팔려고 하나, 영업하려나" 하고 일단 편견부터 깔고 시작하지. 똑같이 말을 거는 행위인데, 어릴 때는 친구가 되고 어른이 되면 그냥 낯선 사람이 되는 거야.

오히려 그런 부분은, 아이들한테 다시 배워야 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