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낯선 지역 번호로 전화가 왔어. 알고 보니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셨어. 우리 아이가 코피가 났다는 거야.
나는 "네, 네, 그런데요?" 했지. 코피, 날 수 있는 거지. 집에서도 코피가 자주 나니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 코가 막히니까 손이 간 거고, 그러다 코피가 난 거지.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좀 달라졌어. 우리 아이한테 "코 파지 마"라는 말을 안 하게 된 거지. 생각해보면 그 말, 참 무책임하잖아. 아이가 나빠서, 장난으로 코를 파는 게 아니거든. 코가 진짜 답답하고 간지러우니까 손이 가는 거야. 어른도 코 막히면 못 견뎌서 훌쩍대는데, 다섯 살짜리한테 "참아, 파지 마" 하는 건 그냥 불편함을 의지로 버티라는 말이잖아.
그래서 나는 파지 말라고 다그치는 대신, 코를 안 파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했어.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 더우니까 선풍기를 얼굴 쪽으로 틀어놓고 잤던 거야. 바람이 밤새 코를 말리니까 코는 건조해지고, 코막힘은 더 심해졌던 거지. 그래서 선풍기는 발 쪽으로 돌렸어. 에어컨도 얼굴에 직접 안 닿게 했고. 겨울엔 가습기를 매일 챙겼어.
거창할 거 없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야. 자기 전에 선풍기가 아이 얼굴 쪽으로 돌아가 있진 않은지 한 번 보는 거. 그것만 발 쪽으로 돌려놔도 다음 날 아침이 달라지더라고.
신기하게도 그 뒤로 코피 흘리는 횟수가 확 줄었어. 코 파지 말라고 백 번 잔소리하는 것보다, 선풍기 방향 한 번 바꿔주는 게 훨씬 나았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