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 잠들기 전마다 동화책을 하루에 열 권씩 읽어줬어. 알다시피 동화책은 글보다 그림이잖아. 그걸 매일매일, 엄마 목소리로 읽어줬어. 내가 거실에 있어도 다 들릴 만큼 크게, 감정까지 실어서.
한번은 우리 아이가 도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 계속 보나 싶어서 들여다봤어. 그런데 고른 책들끼리 무슨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니더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공통점은 책 내용이 아니라 따로 있었어. 엄마가 감정 살려서 재밌게 읽어줬던 책. 그 책들만 늘 선택받았던 거지.
아이한테 동화책 시간은 사실 줄거리가 핵심이 아니야. 엄마 목소리가 가까이 있다는 느낌, 나한테 집중해주고 있다는 안도감. 그게 진짜 알맹이거든. 똑같은 책이라도 엄마가 신나서 읽어주면 아이 입장에선 "엄마가 지금 나랑 같이 재밌어하고 있다"가 되는 거고, 지쳐서 읽으면 "빨리 끝내고 싶구나"가 전해지는 거지. 아이는 글자를 못 읽어도 그 온도는 정확히 읽어.
거창하게 매일 열 권 읽어주자는 얘기가 아니야. 딱 한 가지만. 오늘 펼친 책 중에 첫 세 권만, 진짜 신나게 읽어주는 거. 체력 좋을 때 읽는 그 세 권. 아이가 제일 좋아하게 되는 건 결국 그 세 권이니까.
아이가 기억하는 건 책 제목이 아니라, 그 책을 읽어주던 목소리의 온도더라고.